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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할 때 피가 조금 나도 대개는 그냥 넘깁니다. "칫솔질을 세게 했나 보다" 하고요. 그런데 잇몸에서 피가 나는 건 염증이 있다는 신호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이 흔한 증상이 심장이나 혈당과도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가장 자주 앓으면서도 가장 가볍게 여기는 병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 국민질환 1위, 감기를 제쳤습니다
먼저 규모부터 보겠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다빈도 상병 통계자료에 따르면, '치은염 및 치주질환'이 2019년 이후 급성 기관지염을 제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질환 1위를 차지했습니다. 잇몸병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감기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는 1년간 1,801만 명이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치과를 방문했습니다. 국민 세 명 중 한 명 이상인 셈입니다.
(출처: 의사신문 — http://www.doctors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34202)
용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치주질환은 예전에 '풍치'라 불리던 것으로,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과 그 아래 잇몸뼈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입니다. 주된 원인은 치태와 치석 속 세균이며, 염증이 심해지면 치아를 지탱하는 뼈까지 파괴되어 치아를 잃을 수 있습니다.
치은염 — 잇몸에만 염증이 있는 초기 단계. 관리하면 회복 가능합니다
치주염 — 잇몸뼈까지 손상된 단계. 녹아내린 뼈는 저절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https://health.kdca.go.kr/healthinfo/biz/health/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gnrlzHealthInfoView.do?cntnts_sn=5718)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되돌릴 수 있는 시점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피가 날 때 대응하는 것과 흔들릴 때 대응하는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 전신질환 연결고리, 입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잇몸병은 입속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잇몸은 혈관이 촘촘히 분포한 조직입니다. 그래서 외부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관문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치주염 유발 세균인 P. gingivalis와 그 독소가 잇몸 틈새(치주낭)를 통해 혈류로 들어가 혈관 내피세포를 자극하고, 이런 만성 염증 자극이 오래 지속되면 혈관 내벽에 죽상경화반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심혈관질환 — 중증 치주질환 환자는 심근경색, 고혈압,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19~34%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출처: 하이닥 — https://news.hi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730)
당뇨병 —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진 분야입니다. 관계가 양방향입니다. 혈당이 높아지면 잇몸에 염증 매개 물질이 증가해 치주염 발생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치주 세균이 분비하는 물질이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들어 당뇨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치주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면 당화혈색소 수치가 감소하고 대사 조절이 향상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출처: 덴틴 — https://www.dentin.kr/news/article.html?no=11726)
이 밖에도 치매, 호흡기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조산 등과의 연관성이 보고됩니다. 국내 성인 6만 5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치주염이 이상지질혈증의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앞서 다룬 당뇨·콜레스테롤·심혈관 이야기가 여기서 다시 만나는 셈입니다. 다만 연관성이 곧 인과관계는 아니라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 스케일링 혜택, 연 1회 놓치면 사라집니다
관리의 기본은 스케일링입니다. 칫솔질로는 제거되지 않는 딱딱한 치석을 물리적으로 긁어내는 시술이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 혜택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대상: 만 19세 이상 건강보험 가입자
- 횟수: 연 1회
- 본인부담: 30%, 1만 5천 원 내외
- 적용 기간: 매년 1월 1일~12월 31일
중요한 건 마지막 항목입니다. 해당 연도에 받지 않으면 그해 혜택은 소멸됩니다. 다음 해로 이월되지 않습니다. 올해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나 'The건강보험' 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국민건강보험 웹진 — https://www.nhis.or.kr/static/alim/paper/oldpaper/202209/sub/06.html)
주기는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평소 이상이 없더라도 최소 6개월마다 정기 점검과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권장되고, 중증 치주염이 있거나 조절되지 않는 만성질환이 있다면 3개월마다 점검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출처: 의사신문 — http://www.doctors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34202)
참고로 잇몸 안쪽까지 치료하는 잇몸치료(치주치료) 는 예방 스케일링과 별개 항목이며, 치주염으로 진단되면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연 1회 급여를 초과하는 스케일링이나 심미 목적 처치는 비급여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대목에서 좀 억울했습니다. 몇 년간 그냥 흘려보낸 혜택이 있었거든요. 1만 5천 원이면 커피 서너 잔 값인데, 그걸 아까워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잊고 지나간 거였습니다.
🪥 매일 관리법, 칫솔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마지막으로 일상 관리입니다. 핵심은 칫솔이 닿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칫솔질 — 하루 3회, 1회 2분 이상. 잇몸 경계를 닦는 회전법이나 바스법(Bass)이 권장되고, 부드러운 모 칫솔이 좋습니다.
치실 — 하루 1회 이상. 치아 사이 약 40%의 면적은 칫솔이 닿지 않습니다. 치실을 하루 한 번만 써도 인접면 충치 발생률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치간칫솔 — 잇몸이 내려가 치아 사이가 벌어진 부위에는 치실보다 효과적입니다. 크기는 치과에서 본인에게 맞는 것을 추천받는 편이 좋습니다.
구강 세정제 — 보조 수단입니다. 다만 장기 사용은 치아 착색이나 미각 변화 같은 부작용이 있어 권장되지 않습니다.
(출처: 치과 스케일링 가이드 — https://bdbddc.com/guide/scaling)
치실 통계가 인상적입니다. 칫솔질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전체 면적의 40%는 손대지 못한다는 뜻이니까요. 하루 세 번 양치하면서도 잇몸이 붓는다면, 횟수가 아니라 범위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치실을 화장실이 아니라 책상 위에 두기로 했습니다. 양치할 때 추가로 하려니 자꾸 건너뛰게 되더라고요. 저녁에 앉아 있을 때 한 번 쓰는 쪽이 오히려 꾸준했습니다. 사소한 변화지만, 앞서 여러 글에서 확인했듯 관리는 결국 지속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미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시린 증상이 있다면 관리만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치과 진료를 먼저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잇몸 출혈, 부종, 구취가 지속되거나 치아가 흔들린다면 치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