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갈 때마다 재는 혈압, 그런데 정작 그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높네요"라는 말을 들어도 어느 정도가 조금인지 감이 안 오죠. 반대로 혈압이 낮아서 자주 어지러운 분들은 "저혈압은 병도 아니다"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오늘은 혈압의 양쪽 끝을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마침 올해 진료지침이 개정되면서 달라진 내용도 있어 함께 담았습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재는 혈압, 그런데 정작 그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높네요"라는 말을 들어도 어느 정도가 조금인지 감이 안 오죠. 반대로 혈압이 낮아서 자주 어지러운 분들은 "저혈압은 병도 아니다"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오늘은 혈압의 양쪽 끝을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마침 올해 진료지침이 개정되면서 달라진 내용도 있어 함께 담았습니다.
📊 고혈압 기준, 숫자는 어디서 갈리나
기준부터 정리하겠습니다. 고혈압은 수축기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90mmHg 이상입니다. 대한고혈압학회의 2026년 개정 진료지침에서도 이 기준은 유지됐습니다.
치료 목표는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 및 노인 고혈압 환자 — 목표혈압 140/90mmHg
심혈관질환 등을 동반한 경우 — 목표혈압 130/80mmHg
(출처: 데일리메디팜 — http://m.dailymedipharm.com/news/articleView.html?idxno=76690)
즉 같은 혈압 수치라도 다른 질환이 있으면 더 엄격한 목표가 적용됩니다. 앞서 당뇨나 콜레스테롤 이야기에서 봤던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숫자 하나가 아니라 전체 위험도를 함께 보는 것이죠.
🏠 가정혈압 측정법, 진료실 혈압보다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번 개정에서 눈에 띄는 것이 가정혈압입니다. 학회는 가정혈압 자가측정을 적극적인 혈압 관리 전략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재는 혈압은 긴장 때문에 실제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가 흔하고(백의 고혈압), 반대로 진료실에서만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회는 가정혈압 측정이 진단 정확도를 높일 뿐 아니라 환자의 치료 참여와 약물치료 지속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환자를 치료의 동반자로 보는 관점이라는 것입니다.
측정 요령은 이렇습니다.
- 아침저녁 하루 2번 측정이 권고됩니다
- 매번 같은 시간, 같은 조건에서 재는 것이 중요합니다
- 국제적으로 검증된 혈압계를 사용해야 합니다
(출처: 헬스경향 — https://www.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92545)
마지막 항목이 의외로 중요합니다. 학회는 다양한 형태의 혈압계가 쓰이는 상황에서 측정값의 신뢰도를 확보하려면 기기의 정확성과 검증 여부를 우선 살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참고로 이번 지침에서는 커프(팔에 감는 띠) 없이 재는 반지형 혈압계도 처음 공식 언급됐는데, 권고등급은 'Class IIb'로 제한적인 수준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집에 있는 혈압계를 다시 꺼내봤습니다. 몇 년 전에 사놓고 한동안 안 쓰던 물건인데, 정작 필요할 때는 "병원 가면 재겠지" 하고 넘겼거든요. 그런데 1년에 한두 번 재는 숫자와 매일 아침저녁으로 쌓인 숫자는 완전히 다른 정보라는 걸 이제야 이해하게 됐습니다.
🥗 생활습관 관리, 이번에 추가된 것들
고혈압 관리에서 생활습관 개선은 여전히 기본입니다. 기존 항목은 체중조절, 저염식, 절주, 금연, 운동, 건강한 식습관이었는데, 2026년 지침에서 두 가지가 추가·확대됐습니다.
금연 권고 범위 확대 — 전자담배와 간접흡연도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 있다는 근거가 반영됐습니다.
마음요법 추가 — 명상 등이 생활습관 항목에 포함됐습니다.
(출처: 헬스경향 — https://www.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92545)
그런데 생활습관 개선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흔히 "그거 해봐야 얼마나 내려가겠어" 하고 넘기기 쉬운데, 숫자로 보면 생각보다 큽니다.
나트륨 줄이기부터 보겠습니다. 고혈압 환자가 하루 나트륨 1g을 줄이면 수축기 혈압이 4~6mmHg 정도 내려가는데, 이는 고혈압이 없는 사람에 비해 약 2배 뚜렷한 효과입니다. 이미 약물치료 중인 환자도 나트륨을 제한하면 3mmHg 정도의 추가 강압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약 감량을 시도하기도 수월해집니다. 다만 이 효과는 나트륨 제한을 지속할 수 있을 때만 유효합니다.
고혈압 예방을 위한 나트륨 충분섭취량은 하루 1.5g인데, 솔직히 한국인의 식사 형태로는 달성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접근으로 김치와 침채류, 각종 장류, 염분 많은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우선 권장됩니다. 생야채를 활용하고 채소를 조리할 때 염분을 덜 쓰는 방식도 함께 제안됩니다.
(출처: 대한가정의학회지 — https://www.kjfm.or.kr/upload/pdf/Jkafm027-07-01.pdf)
나트륨만큼 중요한 것이 칼륨입니다. 이 부분은 의외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칼륨은 신장에서 나트륨 배설을 촉진하고 혈관 평활근을 이완시켜 혈압을 낮춥니다. 미국심장학회는 고혈압 환자에게 나트륨 대 칼륨 비율을 1:1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합니다. 우리나라의 하루 칼륨 섭취량은 2.9g인데 권장량은 3.5g으로, 조금 부족한 편입니다. 칼륨은 채소, 과일, 감자, 고구마, 두류에 풍부합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사구체여과율 60 미만)에는 칼륨 섭취를 제한해야 합니다. 신장이 칼륨을 제대로 배설하지 못하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칼륨이 좋다더라"를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출처: 현명신경외과의원 — https://www.hyunmyoung.co.kr/spine/dietary-guide-for-blood-pressure-management/)
DASH 식단은 고혈압 환자의 혈압 강하를 위한 표준 식이로 꼽힙니다. 과일과 채소, 통곡물, 저지방 유제품 비중이 높고 설탕이 든 음식과 음료, 붉은 살코기, 첨가 지방은 제한하는 구성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나트륨 1,500mg의 저염 DASH 식단으로 혈압이 평균 8.9/4.5mmHg 감소했고, 고혈압 환자에서는 평균 11.5/5.7mmHg까지 내려갔습니다.
한국식으로 적용한다면 밥 중심 문화를 고려해 현미·귀리·검은콩 등을 섞은 잡곡밥을 기반으로 하고, 칼륨이 풍부한 시금치·브로콜리·당근이나 바나나·오렌지·사과를 곁들이는 방식이 제안됩니다.
(출처: 사이언스타임즈 — https://www.sciencetimes.co.kr/nscvrg/view/menu/251?searchCategory=223&nscvrgSn=181529)
체중 감량도 빠지지 않습니다. 나트륨 제한에 체중 감량을 더하면 나트륨 제한만큼의 효과를 추가로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됩니다. 즉 두 가지를 함께 하면 효과가 배가되는 셈입니다.
정리하면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수축기 혈압을 상당 폭 낮출 수 있고, 미국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생활습관 교정이 혈압을 낮추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제시됩니다. 특히 수축기 130~160mmHg, 이완기 80~99mmHg 구간에 있는 분들에게 해당된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생활습관으로 모든 고혈압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유전적 요인이나 이차성 고혈압처럼 생활습관과 무관한 경우도 있고, 이미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약물치료를 미루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약을 대체할지, 병행할지, 언제 시작할지는 전문의와 상의해야 할 문제입니다.
💫 저혈압, 정말 걱정 안 해도 될까
이제 반대쪽입니다. 저혈압은 고혈압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겨지는 편입니다. 실제로 혈압이 낮은 것 자체가 곧바로 질병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립성 저혈압은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정의부터 보겠습니다. 기립성 저혈압은 일어선 뒤 3분 이내에 수축기 혈압이 20mmHg 또는 이완기 혈압이 10mmHg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자율신경계가 자세 변화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생각보다 흔합니다.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체 노인 인구의 약 10~30% 가 기립성 저혈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 https://www.snubh.org/service/info/com/view.do?BNO=458&Board_ID=B004&RNUM=1)
증상은 일어날 때의 어지러움, 일시적 시야 장애, 두통, 전신 피로감이 대표적이고 심하면 실신까지 갑니다.
원인은 두 갈래입니다. 신경학적 원인(파킨슨병, 치매 등 기저 신경 질환)과 비신경학적 원인(설사·구토로 인한 탈수, 혈관확장제·이뇨제 등 약제)으로 나뉩니다. 특히 고혈압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뒤 어지러움이 생겼다면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합니다. 고혈압 약, 전립선 비대증 약, 항우울제 등이 관련될 수 있습니다.
(출처: 건국대학교병원 — https://www.kuh.ac.kr/intro/newdata/view.do?bbs_no=2939)
왜 가볍게 볼 수 없냐면, 고령자의 경우 실신으로 인한 낙상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치는 등 2차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기립성 저혈압, 이렇게 대처하세요
증상이 나타났을 때
1. 즉시 앉거나 누워 머리를 낮춥니다.
2.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두면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늘어납니다.
3. 서 있는 상태라면 허벅지를 꼬고 힘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평소 예방법
1. 충분한 수분 섭취 (탈수 예방)
2. 자세를 천천히 바꾸기
3.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 기능 향상
4. 식후 증상이 심하다면 소량씩 자주 먹기 (식후에는 혈액이 소화기계로 몰려 증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팁은 종아리 근육입니다. 종아리는 하체 혈액을 심장으로 밀어 올리는 펌프 역할을 해서 '제2의 심장'이라 불립니다. 종아리 근육이 발달하면 혈압이 과하게 떨어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가장 쉬운 방법으로 까치발 들기 운동이 소개됩니다.
(출처: 국립암센터 웹진 — https://nikom.or.kr/webzine/index.php?theme=202506&GP=board&GB=14&key=147)
어지럼증의 원인은 하나가 아닙니다. 빈혈과 기립성 저혈압은 둘 다 어지러움과 피로감을 일으키지만 원인이 전혀 다릅니다. 빈혈은 적혈구 수치가 낮은 것이고, 기립성 저혈압은 자율신경계 보상 체계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어지럼증으로 진료를 받으면 혈액검사로 헤모글로빈 수치를 함께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면 혈압은 높아도 낮아도 각각의 이유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접근 방식은 다릅니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어도 관리해야 하는 문제이고, 저혈압은 증상이 있을 때 원인을 찾아야 하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번에 혈압계를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를 느꼈습니다. 매일 재다 보니 어떤 날은 높고 어떤 날은 낮은데, 그 편차 자체가 정보더군요. 잠을 못 잔 다음 날, 술을 마신 다음 날, 스트레스가 심했던 날의 숫자가 눈에 보이니까요. 병원에서 1년에 한 번 재는 숫자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물론 해석과 치료 결정은 전문의의 몫이지만, 그 대화의 재료를 제가 준비해 갈 수 있다는 점이 달라진 부분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혈압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거나 반복적인 어지럼증이 있다면 내과 또는 순환기내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권해드립니다.